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리 오래 걸릴 책은 아니었는데, 잠깐잠깐 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종종 들어가는 한 게시판에서 어느 선생님이 '유년시절의/과거의 트라우마가 결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게끔 발목잡지 않는다'는 취지의 짧은 글을 올리시면서 이 책을 소개하셨기 때문.
나에게도 '행복'이라는 것은 가장 큰 삶의 목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나 개인의 행복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은 내 가족, 미래의 내 자녀, 내 친구들, and so on...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일테니. 그런 의미에서, 나름 신선한 책이었다. 아닌가? 사회경제적으로 풍요롭든 아니든 행복한 노년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 보다는, '성공한 사람'등의 자기계발서는 종종 본 것 같은데...
행복한 노년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처럼, 설레고 행복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하버드 졸업생 집단, 이민자로 대공황을 겪고 차별과 박탈감을 겪었던 이너시티 집단, 높은 지능을 지녔고 교육도 받았지만 당시 사회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할게 많았던 터먼 여성집단 세 부류의 사람들의 생애를 연구한 내용이다.
3장 '어린 시절이 인생을 좌우하는가?', 7장 '두 번째 관문 : 건강하게 나이 들기', 8장 '삶을 즐기는 놀이와 창조의 비밀'에서 케이스로 나온 하버드 졸업생 집단 올리버 홈스, 리처드 럭키, 프랭크 라이트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가장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삶이었다. 따뜻한 유년기, 부모님의 헌신, 부족함이 없는 교육, 가족들간의 결속력에 직업적 성취, 꾸준한 노동(?), 행복한 부부, 내리사랑을 아는 부모/조부모가 되어가는... 긍정적인 마인드, 자신만의 분명한 취미, 다양한 친구관계와 사회활동등이 그들의 공통된 점이었던 것 같다.
따뜻한 유년시절을 보냈거나,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던 위의 사람들과는 달리, 8장에 나온 하버드 졸업생 집단 존 보트라이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 외에 대인관계나 특별한 관심사도 없이 지냈었고, 소박한 꿈에 수동적이고 말수가 적었었으나 20년 뒤에는 미성숙한 방어기제보다는 성숙해진 모습으로 변화된 것으로 나온다. 생동감 넘치고 관심분야를 가지고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희망적인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달가? 어쩐지 따뜻한 유년시절, 평탄한 일생은 아니더라도, 굴곡이 있더라도 성공적인 노년생활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10장 '영성과 종교, 그리고 노년'에서는 미성숙한 종교적 신념과 성숙한 영적 확신을 비교하는 표가 나온다. 미성숙한 종교적 신념에는 '전능하고 폐쇄적임', '주는 나의 목자시니,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네(부모-자식 관계)', '수치심, 의무감, 심판',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바람'등이 있었고 그와는 반대로 성숙한 영적 확신에는 '자발적이고 열려 있음', '상처를 입었으니, 신이여 상처를 치유해 주소서(협력 관계)', '긍정, 감사, 용서', '지옥에 다녀온 결과'로 설명이 되어있다. 모태신앙인 나의 예전 신앙이야말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었고, 언제부터인가 상처를 입었으니 치유해 주소서의 자세로, 그렇게 살게된 것 같다.
10장에서 하버드 졸업생 집단의 테드 머튼이 남긴 글 중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나는 유년기를 불행하게 보냈다. 다른 사람들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 뭔가 대단한 업적을 세우려 했지만, 나는 내면적인 여행을 즐기는 데 만족하며 살아왔다. ... 그러나 가장 만족스럽게 여기는 점이 있다면, 바로 내가 서서히 편안하고 유쾌하며, 일관성 있고 유능한 존재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피치 못하게 불행을 겪을 수도 있지만, 불행을 겪고 난 사람은 오히려 더 견실하고 완전한 존재가 된다. ... 오직 사랑만이 ㅇ리 자신을 진정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어린 시절에는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물론 그 진정한 의미를 내 삶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사람이란 무척 강인한 동시에 유연한 존재이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는 사랑과 온정이 넘쳐 흐른다.
역시나 처음이 좋아야 끝이 좋으란 법은 없다는 내용인 것이다.
11장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변하는가?'에 나온 하버드 졸업생 집단인 짐 하트의 케이스 또한, 비참한 유년기를 보냈으나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맞이한 예이다. 행복한 결혼생활 삶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사례로,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있었다고 한다. 가족관계를 훌륭하게 유지하는 것, 아이들이 행복하고 올바로 살아가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을 바랐다는 그의 가치관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우려가 되는 것은, 이것이 계발되어지는 것이 아닌 '타고나는 것'일 경우, 결국 유년시절의 트라우마나 결핍이 '해소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소되어지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사람만' 그리 살아지는 것일 수 있지 않나 싶은, 나만의 pessimistic한 (무관한 얘기지만, 스스로를 꿈꾸는 비관론자라 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순적이지만;) 생각이 들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