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지금의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이렇게 행동하거나 말해야 했는지, '나는 왜?'라는 물음을 언제부터인가 하게 되었고, 나에 대해 스스로가 조금씩 알아가면서, 살아지면서 바뀌었던 성격이라든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태도나 모습'은 훨씬 더 '나 다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이전에는 머리로 알아지는 '이정도 인생이면 나는 행복한거지'의 만족감이었다면, 요즘의 나는 '아 정말 내가 행복하구나 (비록 정말정말 화나고 짜증나는 상황들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어도)'를 느끼고 있다.
이 책은 굉장히 읽기 쉽게, 설명하듯 쓰여 있다. 그리고 그 쉬운 이야기 속에서 문득문득, 나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나의 모습과 흡사한 내용도 있어서 '아 내가 ! 그래서!!'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피동적 공격.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을 대놓고 공격할 수 없습니다. ... 그래서 사람들은 간접적인 공격법을 발전시킵니다. 바로 '피동적 공격'입니다. ... 이렇듯 자신도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상대에게 최대한의 손해를 끼치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격성을 표현하는 것이 방어기제의 목적입니다.
훗. 그러하다. 이것은 내가 병원에서 종종 겪게 되는 '미성숙한 방어기제'이다.
인턴 때였다. 응급의학과를 돌고 있던 중이었고, 그 중 한 과의 레지던트 선생님은 응급실 노티만 받으면 쌍욕이 튀어나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응급의학과 특정 과장님과도 사이가 너무 안좋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인가, 내과적인 문제도 많은 환자가 골절로 응급실에 왔고, 찢어진 곳으로 뼈가 드러났었나..? 아무튼 그냥 보내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 없이 내가 일하던 병원에서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내과적인 문제(즉, 정확한 진단명이라든지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등)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나는 보호자에게 최대한 증상에 맞는 진단명과 그에 따른 약을 추정해서 챠트에 적어놓았고, 보호자에게 다니는 병원에서 챠트를 복사해 오시라 말씀을 드린 상태였다. '어떤 환자' '무엇으로 응급실에 왔고' 정확한 진단명은 알지 못하시나 '어느대병원'에서 '울혈성심부전 인것 같은 걸로 외래 다니고 있고' '아스피린 포함한 약을 복용중'이라고 노티를 드렸건만, 전화기 너머로 쌍욕을 한참 한다음(물론, 나에게 했다기 보다는 응급실에 환자가 온게 너무 싫었을거다..) 한참 뒤에 내려와서 인턴이 환자 파악도 못하면 과장이라는 사람이 챙겼어야 하지 않냐며, 인턴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과장님을 몰아부치는데, 내가 일을 안하는 무능한 바보 인턴나부랭이로 몰아가는 꼴을 또 차마 참고 볼 수 없어 거들었다. ... 그 다다음 달인가, 그 레지던트가 속한 과를 돌게 되었을 때 나는 느꼈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르기 전까지 나는 윗년차에게, 그 이상의 레벨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무조건 약자'라는 것을... 다시는 입밖으로 어떠한 불평도, 옳은 말도, 필요가 없겠다는 것을...
아무래도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나는 마치 조선시대 며느리처럼, 벙어리이고 귀머거리인 것이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부당해서 너무 화가 나는 경우에는 표정관리가 안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지간해서는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시키면 하고, 혼내면 혼나고. 그러면서 동시에, 아주 가끔씩은 빵꾸를 낸다, 적당히 사소한 것으로... 나는 혼나고, 죄송하고, 그러고 끝나는 일들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빵꾸들인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빵꾸가 나도록 방치하게끔 상황을 내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들었었다. #소문나면_안되는데 ㅋㅋㅋ
반동형성
'반동형성'은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나 충동을 극복하기 위해 정반대 방향으로 세게 나가는 것입니다.
이 부분 역시나 나에 대해 어쩌면 새로 알게된 부분이지만, i'll keep it a secret.
그 외에도 사랑이라든지, 걱정/두려움에 관한 부분들도 꽤 흥미로웠지만 #나는_잠이_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권장도서(?)들이 촤르륵 설명되어 있고, 나는 그 중에서 몇 권을 추후에 다시 읽어보기 위해 to-read-list에 기록해 놓았다. 얼마 전 산과 교수님 한 분께서 세계역사(?)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셨지만, 아는게 별로 없어 무식하다고 한소리 들었었는데, 생각해보니 각자의 관심분야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위안해본다 ㅋ). 아마도 그분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는 관심 없으실거야... 그래도 최소한의 교양지식은 알고 계시려나..? #나도_알아_난_문과바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