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뭐랄까...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반면 '우정에 관하여'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우정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주제이다.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온전히 친구인 것은 아니다. 살아진 경험 때문인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은 없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친하다'의 개념도, 나만 조금 엄격하게 세워둔 건 아닌가 싶은 적이 최근에 있었다. 나는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나를 '친한' 사람이라 했단다. 글쎄... 아무튼, 동년배와의 관계는 어렵기만하다.
책 속에서
노년은 이처럼 존경스러운 것이라네. 노년이 자신을 방어하고, 제 권리를 지키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제 영역을 지배한다면 말일세. ...
이를테면 배우는 관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막(幕)마다 등장할 필요는 없고, 어느 막에 등장하든 거기서 박수갈채를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네. ... 주어진 수명이 짧다 해도 훌륭하고 명예롭게 살기에는 충분히 길기 때문이네.
... 그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는 언젠가 미워할 수 있는 친구는 결코 사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네. 그래서 스키피오의 주장인즉, 우리가 친구를 잘못 선택했을 경우에는 이를 참고 견뎌야지 적대 관계로 바꿀 기회를 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가까운 친구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듯이,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재능과 재산과 지위에서 자기를 능가한다고 해서 괴로워해서는 안 되네. ... 따라서 우정에서 윗사람은 자신을 친구의 수준으로 낮춰야 할 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인 친구를 어떻게든 자기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네. ...
... 우정의 솔기는 확 찢어내기 보다는 한 땀 한 땀 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네. ... 그럴 경우에는 우정만 소멸된 것이 아니라 적대 관계가 시작된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네. 왜냐하면 가깝게 지내던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런 일은 없기 때문이네. ... 이런 모든 잘못과 불편을 예견하고 예방해줄 수 있는 안전 장치는 한 가지밖에 없다네. 그것은 너무 서둘러 사랑하지도 말고 그럴 가치도 없는 자들을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