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접한 정한아씨의 <나를 위해 웃다>에서와는 달리,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소재도 내가 좋아하는 달, 우주여행이기까지..중후반부에 살짜기 '낚였다'는 걸 알게되지만, 생생한 우주여행을 이야기하는 '고모'의 편지들을 읽는 것은 정말 즐거웠다. 연민이랄까,, 마지막엔 인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눈물샘의 분비량이 조금 많아지기까지...
책을 읽는 중간중간, 그 책이 참 마음에 들 때는 앞에있는 작가의 소개/사진을 한번씩 들여다보는 편이다. 작가를 보면서 (이 책에서는 발랄한 헤어스타일에 상콤하게 웃고 계시다), 특별히 그 눈을 보면서, 이 분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생활하실까, 생각해본다 (뭐 별거있어, 사람인데 다 똑같지;;).
나는 고모가 없다 (이모는 있다;;), 하지만 이런 고모는 되고 싶다. 조카에게 꿈을 심어주는, 언제나 응원자가 되어주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나이를 넘긴 이후, 언제나 바라는 일 중에 하나다.;;;;;
책 속에서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일주일간의 궤도비행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저는 깨달았죠. 아무리 오랫동안 이 일을 하더라도 결코 질리거나 싫증이 날 리는 없을 거라는 걸요.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올 땐 섭섭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 저는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지구가 알사탕만하게 보이는 곳으로, 그러니까 제 잘못이나 슬픔도 알사탕의 티끌로 보이는 곳으로요. 엄마, 저는 그 모든 순간을 즐겼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이걸 위해서 희생했던 것들, 제가 저지를 실수와 오류들 말이에요.사는 게 선택의 문제라면 저는 제 손에 있는 것만 바라보고 싶거든요.
달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회색빛이에요. 지구에서 봐온 포근한 노란색을 어디에도 없죠. ... 팀원들 중 몇몇은 그 때문에 자신들의 환상이 깨져버렸다고 투덜거리기도 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달의 진짜 빛깔이 어떨지 그 누가 알 수 있겠어요? 화성에서는 달이 분홍색으로 보일 수도 있고 금성에서는 녹색으로 보일 수도 있죠. 외계인에게는 파란색으로, 물고기들에게는 주황색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그저 바라볼 뿐이죠. 하지만 이 세계가 오해 속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분명히 신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분을 향해서 큰 소리로 노래라도 불러드리고 싶어요. 지구를 벗어나면 우주, 또우주를 벗어나면 무엇이 있을지 저는 상상조차 할 수 없거든요. 언제든지 명령이 떨어지면 저는 이곳으로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시작해야 돼요. 그때가 되면 더이상 편지는 쓰지 못할 거예요. ... 만약에 그런 날이 오더라도 엄마, 제가 있는 곳을 회색빛의 우울한 모래더미 어디쯤으로 떠올리진 말아주세요.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으로, 아, 그래요, 다이아뫁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