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젊은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신작으로 지난 2천년간의 철학과 문학, 예술의 흐름을 꿰뚫으며 경제적 능력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늘 외부의 사랑을 넣어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도 쉽게 연약해지는 인간의 '에고'가 지닌 불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 메르세데스 벤츠의 광고 사진, 1902년 열린 하인츠 케첩 영업자들의 회합 등 철학과 예술, 일상의 위대한 유산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빈다.
이 책은 불안을 극복하는 해법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인간의 삶에서 '철학, '예술', '정치', '종교', '보헤미아'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효능을 누릴 줄 안다면 불안을 치유하거나, 최소한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진, 도표, 회화, 카툰 등 시각자료들도 풍부하게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 사람은 거짓되고, 음험하고, 기만적이고, 교활하고, 자신의 이익에는 탐욕스럽고 남의 이익에는 둔감하므로, 적게 믿고 그보다 더 적게 신뢰한다면 잘못될 일이 없을 것이다. - 구이차르디니
* 우리는 언젠가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적과 함께 살아야 하고, 언제 원수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친구와 함께 살아야 한다 - 라브뤼예르
* 그러나 사람들을 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해서 벗을 사귀고 싶은 욕망이 없다고 오해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단지 현재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냉소주의자들은 단지 불편할 정도로 기준이 높은 이상주의자들일 뿐이다.
*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어느 가을에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녀온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케임브리지에 갔을 때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 그러나 그녀가 도서관에 발을 들여 놓으려 하자 "은처럼 빛나는 친절하고 겸손한 신사"가 나타나 "낮은 목소리로 칼리지의 펠로와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가져오지 않으면 여자는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 (...) 그러나 울프는 쉽게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녀는 전형적인 정치적 전술을 구사하여,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고 물었다. 관념이나 제도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때는 고통의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못하거나 고통을 겪은 당사자에게 묻게 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아니라 관념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된다. 수치감에 싸여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고 묻는 대신 "나를 비난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틀렸거나, 부당하거나, 비논리적인 것이 아닐까?"하고 묻게 된다. 이것은 자신의 무죄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질문이 아니라, 자연주의적인 관점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제도, 관념, 법은 어리석고 편파적이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 톨스토이는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을 살핀 기록인 <참회록>에서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로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은 뒤인 쉰한 살 때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치나 신의 가치를 따라 산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따라 살았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지고,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불안한 욕망을 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 (...) "인간은 모름지기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에머슨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살고, 옷을 입고, 먹고, 쓰느냐 하는 문제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념에 맞추다 보면 얼굴에 서서히 "우둔한 표정"이 나타나게 된다. 모든 고귀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금언을 따라야 한다. "나는 내가 관심을 가지는 일을 하지,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