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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단풍> 이선영

Grumpy_Manja 2010. 4. 6. 04:30

나는 더 이상 푸르러지지 못하리라

내 몸 속에선 잎들이 와글와글 끓어오른다
남는 것은 갈수록 되레 진해지는 분노라서
짙어지는 상처라서
참지 못하겠다고 잎들이
내 살갗을 뚫고 숭숭 돋아나온다
붉어진, 붉은
이파리들 잔뜩 내뱉은 이 나무가
안에서는 폐허를 만들고 있는 이 나무가
바로 단풍丹楓, 나무다

나의 말은 더 이상 푸르지 못하리라
내가 말을 꺼내면 나의 입 속에선 붉은 잎들이 튀어나오리라

해가 쌓여서 내 안엔 붉은 응어리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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