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몸은 단 하나가 아니다 너의 몸이 네 마음 갈래처럼 여러 줄기라 해도 나는 내 두 눈에 네 몸을 다 주워담는다 너의 몸을 이뤄낸 가느다란 뼈 하나까지도 그러나 문득 보일 듯 말 듯 내 눈이 놓친 네 몸 깊은 곳 아주 작고 검은 점들을 보게 된다, 네 오래 간직한 상처 내가 아직 읽지 못했고, 끝내 다 읽을 수도 없을 너는 두꺼운 한 권의 비밀! 나의 눈 바깥에 있는 또다른 너 너의 시작이 그랬듯이 뿔뿔이 흩어질 것만 같은 네 몸에 내 두 눈을 온통 쏠리게 하는 때로 네 몸 하나가 내 두 눈의 천체天體가 된다.
그 나무를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내가 삭정이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이십 년 후에 내가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것 같아 한쪽이 베어져나간 나무 앞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덩굴손이 자라고 있는 것인지요 내가 아니면서 나의 일부인, 내 의지와는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라나 나를 온통 휘감았던 덩굴손에게 낫을 대던 날, 그해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을 용서한 것은 나를 용서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덩굴자락에 휘감긴 한쪽 가지를 쳐내고도 살아있는 저 나무를 보세요 무엇이든 쳐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그해 여름, 그러나 이렇게 걸음을 멈추는 것은 잘려나간 가지가 아파오기 때문일까요 사라진 가지에 순간 꽃이 피어나기 때문일까요 상처가 꽃이 되는 순..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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