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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Grumpy_Manja 2010. 4. 6. 04:25

오래 전에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 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전미정 (예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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