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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14)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의 끝(문학과지성시인선 86)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성복 (문학과지성사, 1990년) 상세보기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독서 2010. 4. 27. 23:37
<거울> 이성복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죽음 속에 우리는 허리까지 잠겨 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두렵기만 합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이 길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이 나의 길을 숨기고 있습니까 내가 당신의 길을 가로막았습니까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들차 있습니다 거울처럼 당신은 나를 보고 계십니다

독서 2010. 4. 27. 00:33
<강가에서 3> 이성복

저렇게 밀려가면서도 당신은 제자리에 계십니다 저렇게 파랑치고 파랑치면서도 당신은 머물러 계십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밀려가고 밀려오면서도 나와 함께 계시는 당신 당신에게 이끌려 기어코 나는 흐르고야 맙니다 오, 한없이 떨리는 당신

독서 2010. 4. 27. 00:31
<그대 가까이 2> 이성복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

독서 2010. 4. 27. 00:29
<비단길 1> 이성복

깊은 내륙에 먼 바다가 밀려오듯이 그렇게 당신은 내게 오셨습니다 깊은 밤 찾아온 낯선 꿈이 가듯이 그렇게 당신은 떠나가셨습니다 어느 날 몹시 파랑치던 물결이 멎고 그 아래 돋아난 고요한 나무 그림자처럼 당신을 닮은 그리움이 생겨났습니다 다시 바람 불고 물결 몹시 파랑쳐도 여간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독서 2010. 4. 27. 00:27
<소녀들> 이성복

웃음 속에 어찌 얼룩이 없겠습니까 웃음은 얼룩 속에 있습니다 여름 한나절 땀 흘리는 버스 안에서 소녀들은 한껏 웃습니다 저들의 웃음 소리는 처음 펴보는 부챗살 같습니다 저들이 웃을 때마다 부챗살 하나하나가 꺾여나갑니다 웃음 속에 어찌 세월이 없겠습니까 저들의 웃음 속에 세월은 잠자고 있습니다

독서 2010. 4. 27. 00:26
<강1> 이성복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루나무숲을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이지요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제게서 가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그들의 눈 속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독서 2010. 4. 27. 00:24
<산길 5> 이성복

오늘 아침 햇볕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말렸지만 당신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지난 여름 장마로 무너진 산길을 오르면서 당신은 이따금 뒤돌아 손짓하셨습니다 그만 들어가라고...... 엎어지면서 당신이 풀뿌리 같은 것을 잡고 일어설 때마다 주먹만한 자갈돌이 굴러 붉은 먼지 기둥이 솟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안간힘으로 일어서다가 당신은 뜨거워 몸 뒤트는 잡목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남은 것은 헐어터진 소 잔등 같은 산길이었습니다 당신 떠나신 후 더욱 선명해진 길이 오래 전에 끝난 흐느낌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독서 2010. 4. 22. 22:17
<산길 3> 이성복

깎아지른 벼랑이었는데 그리로 오르지 않고선 길이 없었습니다 밋밋한 바위벽을 손바닥으로 짚고 몸을 당기면 바위 전체가 딸려들었습니다 가까스로 붙은 손바닥 위에 바위산이 흔들리고 움칫 미끄러질 때마다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달려들었습니다 피 흐르는 손가락을 바위 틈에 밀어넣으면 산은 다시 손안에 들어오고 그때마다 한걸음씩 위로 올랐습니다

독서 2010. 4. 22. 22:12
<산길 1> 이성복

아카시아나무는 잎새가 짙어 이마를 치고 어깨를 툭툭치고 길은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그때 문득 길이 끊어지고 아슬하게 높은 낭떠러지위에 섰습니다 몇 번이나 가본 그곳을 훤히 알면서도 낭떠러지 앞에 설 때마다 다시 놀라고 못내 서운해 돌아옵니다

독서 2010. 4. 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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