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는 가톨릭 신자라고 하였지만, 그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도 동등하게,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어느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았지만 신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책을 읽은지는 한 달이 넘어가지만 시험기간이랍시고 그동안 인터넷을 멀리했더니, 책 내용이 살짝 가물가물하다;;;
책 중에서
연필같은 사람
1. ...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2.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게야.
3.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4.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싸는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5.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
... 서서히 불안은 사라졌고 나는 내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 영혼은 내게 할말이 많았을 텐데.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바빴다. ...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귀 기울여야 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친구들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 아닐까.. (아님 말고;;)
새천년을 위한 법률
1.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바를 행해야 한다.
10. 모든 사람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행복'이란 나 자신이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 꼭 타인이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 '다름'이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나와 같지 않다고, 혹은 대다수의 사람과 같지 않다고 비난 받을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수의 행복이 소수에게는 공허로 느껴질 수 있고, 소수의 행복은 다수에게 불행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비참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기도하라 모든 것이 헛될지라도
... "... 신께서는 항상 우리 가까이에 계신다. 얼마나 많이 기도하는가와는 상관없이." "말씀인즉, 우리의 기도가 쓸모없다는 겁니까?" "절대 그런 말이 아니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해돋이를 볼 수 없든, 신께서 늘 우리 곁에 계셔도 기도를 하지 않으면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길을 여는 열쇠
... "성서에 따르면 신이 모세에게 이렇게 명령했어. '이스라엘의 자녀들에게 말하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모세는 지팡이를 들었지. 홍해가 갈라진 건 그다음이야. 결국, 길을 갈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길이 열리는 법이지."
보이지 않는 책
그 순간 인간 존재가 당면하는 가장 쿤 질문은 '얼마나 열심히 믿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입니다. 종교의 궁극적 질문은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믿었느냐,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얼마나 사랑에 인색했느냐는 것입니다.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추궁당하지 않습니다. 심판의 자리에서 헤아리는 것은 우리가 행한 잘못이 아니라, 행하지 않은 선善입니다. 어지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랑을 내 안에만 가두어두는 것은 그리스도의 영혼을 부정한 것이고, 우리가 진정 그를 알지 못했고, 그가 우리에게 베푼 사랑이 무의미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했는가, 이웃을 얼마나 사랑했는가... '아, 이런게 예수님을 사랑하는 거로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끔 했던 성경구절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ㅅ-;; 시험기간 읽은 요한복음에서 였을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겠군. 능력의 하나님, 벌 주시는(ㅠ) 하나님, 치유의 하나님... 어떠한 특징(?)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분이지만,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내가 느낀 예수님은 사랑이시다. (그냥 그렇다구..;;)
물러나는 기술
"우리 안에 악마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타인 안의 악마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우리 역시 그런 경우 용서받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면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털어 놓는다. 그것을 감추고 싶어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강건함을 과시한다. 누구도 우리의 허약함을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우리가 형제를 심판할 때, 피고석에 선 것은 우리 자신임을 깨달아라." 이런 사실을 되새김으로써 우리는 손실뿐일 전쟁을 피할 수 도 있다.
심리학에서 '그림자'라는 용어가 있다. 내 안의 어두운 면, 그림자. 이것이 타인에게 투사되었을 때, 우리는 타인이 그냥 밉고, 싫고 그렇다고 한다. '우리 안의 악마'를 '내 안의 그림자'로 해석해도 될까? 그렇다면 주는 것 없이 싫은 상대방이 사실은 '맘에 안드는 나의 모습'일테지.. 내 안의 그림자가 투사되어 상대방이 싫다는 것을 생각해 낼 수 만 있다면, 정말이지 불필요한 불화는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생을 이루는 얼굴 없는 자들
... 언제나 강한 척할 필요는 없고, 시종일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 않으면 그뿐. 필요하면 울어라. 눈물샘이 다 마를 때까지. (그래야 다시 웃을 수 있는 법이니) ... 생색을 내는 것은 언제나 땀 흘려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는 그만두지 않으리라. 보이지 않는 얼굴, 명성도 영예도 좇지 않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그 얼굴들을 지켜보는 사람이기를.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우리 생을 이루는 중요한 것들은 결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니까.
2001년 9월 11일을 돌이켜보며
... 독일 드레스덴 폭격 직후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가 세 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는 폭격 현장을 지나쳐가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하세요?" 남자가 물었다. 첫번째 인부가 돌아서서 말했다. "안 보여요? 돌 치우고 있잖아요!" 두번째 인부는 이렇게 말했다. "안 보여요? 돈 벌고 있잖아요!" "안보여요?" 세번째 인부가 말했다. "교회를 다시 짓고 있잖아요!" 세 인부가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삶과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이는 그중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오늘이 아름다운 이유
신이시여, 동물들의 소리에, 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물결이 찰랑거리는 소리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바람이 부는 휘파람 소리에, 천둥이 치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저는 하나님이신 당신이 존재하시는 증거를 봅니다. 저는 느낍니다. 당신은 가장 큰 힘, 전지전능하고 가장 지혜롭고 가장 정의로우신 분이라는 것을. 신이시여,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고난을 통해 당신의 존재를 느낍니다. 신이시여, 당신의 만족이 제 만족이게 하시고, 아비가 아들을 볼 때 기꺼워하듯 제가 당신의 기쁨에게 하소서. 고요함과 확신 속에서 당신을 기억하게 하소서.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언젠가 (아마, 중간고사가 끝나던 수요일이었을 것이다), 수요예배에 가기 전, 전날 밤을 새었기에 예배가기 전 잠깐 쉰다며 차 안에 앉아있다가 느낀 점이다. 이름모를 나무들이 제각각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어떤 나무는 근엄(?)하게, 또 어떤 나무는 촐랑촐랑, 다른 나무들도 가볍게 산들산들. 나는 나무들이 서로 특색에 맞게 '할렐루야 할렐루야' 찬양한다고 느꼈었다. 그렇게 예수님이 떠오를때면, 나는 참 감사하다.
변하지 않는 가치
... 그는 지폐를 구겨 뭉치고는 말했다. "아직도 이 돈 가지실 분?" 사람들이 다시 손을 들었다. "이렇게 해도요?" 그는 구겨진 돈을 벽에 던지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욕하고, 발로 짓밟았다. 이제 지폐는 더럽고 너덜너덜했다. 그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사람들은 다시 손을 들었다. "이 장면을 잊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내가 이 돈에 무슨 짓을 했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이것은 여전히 이십 달러짜리 지폐니까요. 우리도 살면서 이처럼 자주 구겨지고, 짓밟히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모욕을 당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 사랑은 치유한다. 사랑은 변화시키고, 사랑은 치유한다. ... 사랑, 우리를 계속 살게 하고 더 나아지고픈 의지를 갖게하는, 우리 저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일까? ...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소한 것들 안에 담겨 있고, 대수롭지 않은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그러므로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든 그러지 않든, 마음속에 사랑을 간직해야 한다.
책이 스토리를 갖고 주욱 이어지는게 아니라,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짤막함 속에 깃든 여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