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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31014 생폴드방스

Grumpy_Manja 2013. 12. 8. 23:01

여행을 다녀온지 한참이 지나서,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서야 다시 하던거니 마저하자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들어왔다... 요즘은 고민도 많고 걱정이 많아서, 하도 답답해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그리하여, 니스 2박 째. 원래는 모나코-에즈를 가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었으나 폭풍늦잠 덕분에 3박째 일정인 생폴드방스를 다녀오기로 (그마저도 버스 시간 때문에 오전에 몇 시간 비어 샤갈미술관까지 급 일정 변경)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5/22번 버스가 서는 정류장 (아마도 장 메드생 대로 인근, 라파예트 뒷편이던가?)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전 날 마티스 미술관의 실망스러움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여행책자를 통해 마티스보다는 샤갈미술관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래봤자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갔던 듯).

일단, 나는 미술 전반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인 탓도 있지만 그저 무식하여 ㅋ 샤갈에 대해서는 '아 이그림 샤갈꺼. 초중딩때 배움' 정도의 얕은 상식 정도만을 탑재한 상태였다. 미술관 자체가 무지 크거나, 폭풍 작품수 전시, 이런 것은 아니었으나, 샤갈 원 그림이 매우 크다는 것에 (책으로, 인쇄된 것만 봐서, 막상 클 거란 예상은 무식해서 전혀 못했다) 깜짝 놀랐다. 거기에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활발히 했던 점,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는 그 Active 함에 감명받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것도, 사랑을 했던 것도 (읭? 좀 당연하긴 하지만..) 모든 면이 샤갈이란 작가를 더 알고 싶게 만들고, 좋아하고 싶어지는 그런 미술관이었다.

첫 방에는 초기 '기독교'적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 작품들에는 친절히도!! 영어로 작품에 대한 제목과 해설이 마련되어 있다. 불어로 적혀있을 때는 이 그림이 뭔지, 뭐에 대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그냥 눈으로슼 보는 정도였다면, 이 방의 작품들은 하나하나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함께 동행한 엄마에게 작품의 포인트를 알려드리고,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를 해석해 드리니 뭔가 존재가치(?)를 느꼈달까... 엄마가 좋아하셔서 정말 좋았다.


두번째 방에는 '사랑'에 관해서. 또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샤갈에게는 세 명이 여인이 있었다고. 첫째부인, 둘째 부인, 딸? 그리고 그림에는 예루살렘과 생 폴 드방스가 존재한다고. 그리고 작품에 거꾸로 서있는 사람들도 그려져 있는데 그건 '여기에 있는 샤갈'과 '거기에 있는 샤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가령, 현실 속의 나와 거울 속의 나). 이것은 영어권 국가에서 패키지로 여행 온 무리의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운 좋은 타이밍에 같은 방에 있다는 이유로 들은 내용이다. 사랑에 빠져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던 샤갈의 그림들, 왠지 그 때의 내 설레는 마음과 유사하여 더 눈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정원도 마련되어 있고, 근처에 매우 비위생적으로 관리되어 보이는 카페도 있었는데 독점이라 커피 마심 ㅋㅋ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이곳에서 1시간 가량 샤갈의 일생에 관한 동영상을 봤다. 결국 생 폴 드 방스로의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마그재단은 포기하게 되었지.


400번 버스. 니스 도착하자마자 인포센터에 들러, 생 폴 드 방스 가는 버스정류장을 지도에 표시해 달라고 부탁해서, 딱 그곳으로 갔다. 여행책자에서 본 그 곳이 아니었는데, 내 기억으론 좀 외진(?) 골목이었던 것 같은데... 트램을 타고 갔던 것도 같은데.... #아_기억_안나

1.5유로였던 것 같다. 니스 시내는 1유로로 70여분을 환승이 가능했는데, 그 티켓을 슬쩍 내밀어보니 새로 사야한다고... 아마 시외는 따로 받는 모양이다. 불어가 안돼서 못물어 봄. #낚였나?ㅋ



원래는 생 폴 드 방스(St. Paul 역이었던 듯)에 내리면 구글맵 상 3km 정도 되는 거리의 마그재단미술관에 먼저 가 볼 계획이었으나, 도착 시간 자체가 오후4시에 가까워 생 폴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 낫겠다는 엄마의 의견으로 인해 아쉽지만, 포기하고 바로 마을로 들어왔다. 생 폴에 왔구나, 느낌 팍 오던 고양이 설치미술.


마을에 있는 왠지 유명해 보이는 과자가게에서 하필이면 별로 맛이 없는 과자 구매.



멀리 보이는 샤갈의 묘. 내려가 보았다. "사람 많은 곳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관광명소야!"를 외치고 내려갔지만 썰렁. 그냥 지나가는 소녀 붙잡고 "샤갈?" 물으니 친절히도 찾아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 그러나 고흐의 묘 처럼 예쁘고(?) 아기자기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전에 샤갈미술관에서 샤갈과 사랑에 빠진(?) 나는 감회가 새로웠더랬지. 주변에 있는 예쁜 돌 하나를 골라, 슥슥 먼지를 닦아내고 펜을 꺼내 내 이름과 국가명을 적어 그 위에 올려놓고 왔다, 언젠간 다시 오리라 다짐을 하면서...

엄마와 같이 여행을 하면서, 엄마는 "언제 또 와보겠어...." 하시며 열심히 구경하시는 반면, 나는 "와, 여기 좋네, 다음에 또 와야지~!!" 다짐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왠지 서글퍼진 순간. 세월이란 참.



왠지 유명할 것 같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당 떨어지는' 엄마와 함께 아이스크림 한 개 구입. 맛은 기억 안남.

도도한 고양이.

마을 한 바퀴를 휘 둘러보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모든 갤러리를 들어가 본 것은 아니지만, 얼추 이 정도면 꽤 많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마을은 작았다. 버스를 타고 돌아와,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엄마와 와인, 맥주 파티를 하고, 엄마가 즐거워 하셔서 느낀 깊은 기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이제 바쁘게 다시 일을 하게 될거고,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될 것이고, 등등) 양가감정을 느끼며 술이 술술.. 다음 날 또 늦잠크리 하도록 먹고 마시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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