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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31017 몽생미셸

Grumpy_Manja 2014. 1. 14. 20:50

몽생미셸-생말로 일정을 시작하는 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곳. 함께 일했던 선생님이 몇 년 전 가봤다며 무한추천하던 곳. 섬처럼 혼자 떨렁 서 있다는, 그것 외에는 볼 것이 없다는 바로 그 몽생미셸로 향했다. 가는 길에 문제도 있었고,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던 버스 기사 덕분에 시작은 불쾌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몽생미셸의 경치, 그리고 호화로운 객실 업그레이드는 그 불쾌함을 씻어버리기에 충분했다.


SNCF에서 TGV를 예약할 때 몽생미셸 가는 버스까지 포함된 티켓을 구입했기에, 표에 나온대로 잘 환승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버스타는 곳에서는 기사아줌이 돈을 요구했다. 이메일을 보여주고, 이미 지불된 돈이라고 영어로 유창하게 얘기해 봐야, 표를 볼 의지도, 이메일을 쳐다볼 의지조차 없던 기사와 터미널 직원은, 결국 추가비용을 결재하게 만들었고, 행여나 버스를 놓칠까 불안불안해 하면서 여행을 시작하게끔 만들었다. 중간에 파리에 유학 중인 지인과, SNCF 직원과 통화하면서도 티켓 금액이 다르다는 등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통화 중에 밝혀졌고, SNCF 직원마저도 버스기사에게 쿠사리를 주는 상황이 발생했다. 

돌아올 때 보니 경치가 꽤 좋던데, 그 모든 것을 놓치고 나는 기사와 헛된 실랑이를 했다. 도착한 후에는 티켓을 보여주고, 당신이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있고, 그따위로 살지 말라고 삿대질을 해주었고, 버스기사의 얼굴과 버스번호표 등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제스쳐'를 보였더니 아주 급히, 나를 칠 것처럼 악셀을 밟으며 유유히 사라졌다.




몽파르나스역에서 Rennes행 TGV를 타고, 나오니 우측에 버스터미널 같은 곳이 있었다. 렌 역에서 헤맬 것 없이 곧장 돌아다니는 직원오빠(ㅋ)에게 물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터미널에 있는 기사아줌과 친한 터미널 직원에게 '당하고' 불쾌감 잔뜩 쌓여 도착한 호텔은 몽생미셸 사원이 바로 보이는, 그곳에서 꽤나 럭셔리한 호텔이었다. 파리에 유학 중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전화로 예약을 했었고, 노인엄마 생신 드립으로 경치가 좋은 방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친절히도 방을 업그레이드 해주셔서 2층짜리 방을 배정받고 말았다.



몽생미셸 사원에 올라갈 것인가 말것인가로 노인엄마와 실랑이를 했다. 입장료가 있기에, 어차피 계단도 많고 힘들테니, 들어가지 말자는 엄마와 이왕 온 김에 당연히 들어가봐야 하지 않겠는가가 나의 생각이었다. 결국엔 (어차피 돈은 나에게 있었으므로 ㅎㅎ)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는데, 시작부터 엄청난 계단이 기다리고 있어 기가 팍 죽고 시작했다. 노인엄마의 무릎아픔에 노이로제 걸릴 듯한 시점이었던지라, 괜히 기분이 다운이 되었더랬다. 사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닥 신기할 것도, 대단할 것도 사실 없어보였다. 다행히 한국인 관갱객 팀이 같은 시간대에 와 있어, 그 분들 따라다니며 귓동냥(?)으로 조금씩 설명을 들으며, 어디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등의 팁을 얻었다.




노인엄마가 자꾸 한군데서 사진을 여러방 찍으려고 하셔서 인내심 폭발하고 성질 부린 뒤의 착잡한 표정의 사진. #이노므_성질머리


그 한국인 가이드가 이런 식으로 실루엣으로 사진을 찍는거라고 해서, 관광객 무리가 하나둘씩 찍고 난 뒤 우리도 따라쟁이.

이것도 따라쟁이. 왜 했는지는 모르고 다들 한번씩 손가락 넣길래 넣어봄 ㅎ




몽생미셸에서 유명하다는 오믈렛! 그 중에서도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 들렀다. 포스퀘어 팁들을 보니 맛이 없고, 서비스도 불량하다 등의 내용이 많았는데, 실제로도 맛도 없고 직원들은 사납기까지 했다.ㅋㅋㅋ 비싸기는 또... 호텔에 들어와서 햇반에 김먹었음ㅋ 오믈렛을 화덕으로 굽는다는데, 안에 공기가 들어간 건지 푸석푸석(?) 부피감은 있지만 정작 먹을건 별로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볼만은 했으려나? #물귀신_작전



몽생미셸의 (개인적인) 하이라이트는 바로바로 야to the경!!! 밝은 조명에도 별들도 많았고, 정말 아름다웠다. 운이 좋게도 별똥별도 보았으니, 나에겐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노인엄마는 호텔이 비싼 것도, 입장료를 내고 계단을 오르내린 것도, 비싼데 먹잘 것 없는 오믈렛을 먹은 것도 모두 마음에 안드는 하루셨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정말 좋았다. 이번 여행이 사실, 엄마를 위한 일정이기는 했다, 내가 일정을 짜면서도 되도록이면 덜 걷는 일정, 미술관을 많이 둘러보는 일정으로 짜기도 했고, 사이사이 꼭 가봐야 할 것 같은데만 넣은 것데 (나도 포기할 수 없던 관광지), 정말 마음에 안들어하시고, 조금이라도 즐거웠다는 말씀을 안해주셔서 많이 서운했었고, 그렇게 혼자 삐져있다가 잠드는지도 모르고 이른 시간부터 잠에 들었더랬다.




몽생미셸에서 호텔로 오는 무료셔틀 안에서 만난 프랑스 부부. 강아지는 1년이 안 된 베이비였고, 이름은 요다! 먼 길을 산책하느라 지쳐서 잠드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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