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5> 이성복
오늘 아침 햇볕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말렸지만 당신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지난 여름 장마로 무너진 산길을 오르면서 당신은 이따금 뒤돌아 손짓하셨습니다 그만 들어가라고...... 엎어지면서 당신이 풀뿌리 같은 것을 잡고 일어설 때마다 주먹만한 자갈돌이 굴러 붉은 먼지 기둥이 솟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안간힘으로 일어서다가 당신은 뜨거워 몸 뒤트는 잡목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남은 것은 헐어터진 소 잔등 같은 산길이었습니다 당신 떠나신 후 더욱 선명해진 길이 오래 전에 끝난 흐느낌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독서
2010. 4. 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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